글쓴이 |
박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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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 |
작성일 |
2024-11-12 오후 10:30:11 |
글제목 |
고민 |
글내용 |
고민을 매번 다른 방식의 소설들로 다루고 싶어 했고요.” 물론 이런 위대한 지식인들은 호기심의 끝판왕이며 우리 같은 일반인과는 너무나 먼 얘기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호기심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나 있는 역량이 아니다. 사피엔스의 경우 다른 종들과 달리 너무 미숙한 상태로 아이가 태어난다. 간병인 일당 까지 고려하면 어떨까? 여성의 산도(태아가 나오는 길)가 좁아져 태아를 오랫동안 배 속에서 키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류는 뇌도 말랑말랑하고 몸도 견고하지 못한 상태의 아기를 빨리 낳아 놓고 오랜 기간을 양육하는 방식으로 생활사를 진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안전한 자궁 밖의 험난한 세계를 살아갈 추론 능력, 언어 능력, 사회적 지능 등을 일찍부터 발휘하게 만들 스위치가 필요했어요(물론 필요하다고 진화하는 건 아니다). 호기심은 자궁 밖 세계의 수많은 자극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위치인 셈이다. 대한민국 팔레스타인 스위치는 배움을 즐거움으로 변환한다. 이게 없거나 망가져서 만약에 배움이 지루함이 된다면 인류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종이 되었을 거에요. “엄마, 아빠 이건 왜 그래?” 라는 아이의 질문에 기특해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던 부모가 한둘이 아닐 거에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쾌거(快擧)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부는 팔레스타인전 수상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빨갱이 작가'란 거친 폄훼(貶毁)까지 쏟아낸다. 일부 보수 단체들은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규탄했어요. 이들은 "픽션과 논픽션을 가리지 못하는 미래 세대들에게 잘못된 사상이 새겨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편파·편향된 역사 왜곡의 손을 들어줘 노벨상의 권위를 실추시킨 스웨덴 한림원을 규탄한다"고 주장했어요. 한 학부모 단체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도서관 비치를 반대했어요. 책의 세부적인 내용 등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대원 전입신고 했던 내용을 다룬 소설책은 어떨까? 어머니와 재혼한 삼촌이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역시 도서관에서 퇴출돼야 한다. 호기심은 타고나는 것이며 사피엔스를 매우 특별한 종으로 만든 비밀 병기였다. 그런데 그 많던 호기심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으로 전 세계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능력을 3년마다 평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은 성적 측면에서 거의 매번 전 세계 5위 안에 든다. 하지만 매번 농협 무료운세을 보면서 꼴등을 하는 두 항목이 있습니다. “수학과 과학, 재밌니?”(흥미), “수학과 과학, 어디다 써먹을 거 같아?”(가치).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와 성적이 거의 비슷한 핀란드 학생들은 주당 60시간 이상 학습하는 비율이 4%인데 반해 우리는 23%라는 사실이다(2017년). 즉, 우리 아이들은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죠고 생각되는 공부를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하고 상위권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다. 2001년에는 보수 매체에 실린 이문열 작가의 스포티파이 구독 해지를 비난한 반대 진영이 그의 책을 불태운 '분서갱유'(焚書坑儒) 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심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설령 잘못된 의견이라 해도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의견과 진리를 대비함으로써 진리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어요.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정서적(情緖的) 양극화'의 단면이다. 정서적 양극화는 '확증 편향'(確證偏向)과 '우리 편 편향'의 복합 작용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현금영수증 하는 이유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가치관, 신념,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한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옹호하고, 다른 편이면 무작정 핍박(逼迫)한다. 이런 편향이 뇌 전두엽에 똬리를 틀면, 세상은 미망(迷妄)에 빠진다. 정서적 양극화는 이념적 양극화와 함께 정치적 양극화에 속한다. 군복무기간 조회 정책과 이념의 대결보다는 편을 갈라서 상대 편에 무조건 반감을 갖는 현상이다. 사실 아이만의 문제도 아니다.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한국의 성인 10명 중 무려 6명이 1년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교육열이 최고라는 나라의 독서율치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우리는 지금 호기심이 메마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내재 동기인 호기심이 사라진 사회는 직업, 직위, 집안, 인맥, 보상, 외모 등과 같은 외적인 결과값에 지게 의존하는 사회로 변색되기 쉽다. 이런 사회에서는 호기심을 아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폄하되고, 한 방을 아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의 허세는 가득하다. 명태균씨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궤적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논리와 이성보다 감정과 감성이 앞선다. 우리 사회에 만연(蔓延)한 정서적 양극화의 실상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고요. 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92.3%가 진보·보수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어요. 진보·보수 갈등의 심각성은 정치 성향에 따른 교제(交際) 의향을 묻는 답변에서 두드러진다. 58.2%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죠고 했어요. 국민은행 카드 재발급 성향이 다르면 친구와 술자리를 할 수 없죠는 응답은 33%였다. 정서적 양극화가 내면 깊숙이 스며든 것입니다. 정서적 양극화는 갈등·혐오·차별을 조장한다. 정치권은 정서적 양극화를 부채질하기도 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다. 그 결과 여당과 야당은 극한 대립각을 세운다. 끝 모를 정쟁(政爭)으로 민주주의는 훼손되고, 민생은 파탄 나고 있다고요. 자동차 운전면허 갱신 기간 보다 무섭다.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처음 10%대로 떨어진 1일 정진석 비서실장이 국회운영회에서 한 말이다. 앞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더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등의 상투어가 따라붙기는 했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퇴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사례까지 끌어다 대며 신한카드 해지방법에 대해 강조한 것을 보면 어느 쪽이 진짜 하려는 이야기였는지는 쉬 짐작이 간다. ‘뭐가 문제인데…’는 비단 정 실장 한 명만의 속내는 아닌 것 같다. 또 다른 실 관계자는 “지난주의 20%와 사실 한 끗 차이 아닌가”라고 에 말했어요고 한다. 이만저만한 ‘집단 정신승리’가 아니다. 우선 “20%를 넘기는 유럽 정상이 많지 않다”는 정 실장의 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미국의 모닝컨설트는 한국 미국 유럽 남미 등 세계 25개국 정상의 지지율을 매달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가장 최신 버전에 해당하는 ‘9월 25일∼10월 1일 조사’에 따르면 유럽 정상 14명 중 20% 미만이 1명, 20%가 2명, 29%가 1명이었고 나머지 10명은 31∼59%였다. 정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은 어렵다. 진영·이념·젠더·세대·계층 등 다양한 갈등 요소가 얽혀 있어서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죠. 미국의 시인 겸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라'고 하지 않았던가. 헤이딜러 폐차 하는 사람들의 오차를 감안해 20% 2명을 10%대 그룹에 넣더라도 20%를 넘는 정상이 11 대 3으로 훨씬 많아요는 이야기다. 유럽을 쳐다보면서 ‘위안거리’를 찾을 일이 아니다. 참고로 이 조사에서 윤 의 지지율은 16%, 25명 중 최하위였다. 10%대 지지율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알려면, 올해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고요. 당시 미국의 정치전문매 폴리티코는 G7 정상회의에 맞춰 내보낸 기사에 ‘레임덕 6명과 조르자 멜로니’라는 제목을 달았다. 당시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만 지지율이 40%를 넘고 나머지는 그 미만이라고 해서 붙은 제목이다. 당시 모닝컨설트 기준으로 조 바이든 미국 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0%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등은 20%대, 기시다 일본 총리는 10%대 지지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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